미국, 금과 달러로 세계경제의 패권을 쥐다 2장


돈의 흐름으로 읽는 세계사

오무라 오지로 · 돈의 흐름으로 읽는 세계사

제2장 · 미국, 금과 달러로 세계경제의 패권을 쥐다

Chapter 2 · The United States: Gold, Dollar, and the Road to Global Hegemony


1944년 여름, 뉴햄프셔주의 작은 휴양지 브레턴우즈(Bretton Woods)에 44개국 대표단이 모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들이 그곳에서 합의한 내용은 전후 세계 경제 질서를 결정짓는 것이었다. 국제 무역의 결제 통화를 달러로 한다. 달러는 금과 교환을 보장한다. 이 두 문장으로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세계 경제의 패권을 넘겨받았다. 그 패권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100년에 걸친 준비가 있었다.


■ 풍부한 자원 — 미국 경제력의 기반

19세기 미국의 가장 큰 강점은 땅이었다. 루이지애나 매입(1803), 텍사스 합병(1845), 멕시코와의 전쟁(1848) 등을 거치며 미국의 영토는 대륙 전체로 뻗어나갔다. 그 땅 아래에는 석탄, 철, 석유가 묻혀 있었다. 19세기 말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이 세계 석유 시장을 장악하고, 카네기의 철강 회사가 영국의 생산량을 추월한 것은 이 풍부한 자원 덕분이었다.

여기에 유럽으로부터 건너온 값싼 노동력이 더해졌다. 아일랜드 대기근, 독일 혁명 실패, 이탈리아 빈곤 — 유럽의 비극이 미국에는 노동력으로 흘러들어 왔다. 광활한 땅과 풍부한 자원, 저렴한 노동력의 조합은 미국 경제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연료가 되었다.


■ 세계 최대 채무국에서 세계 최대 채권국으로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미국은 유럽에 빚을 진 나라였다. 철도와 공장을 짓는 자본이 영국과 유럽 대륙에서 흘러들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1차 세계대전이 이 구도를 완전히 뒤집었다.

유럽 열강이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누는 동안, 미국은 그들 모두에게 무기와 식량을 팔았다. 영국은 미국에서 돈을 빌려 전쟁을 치렀고, 프랑스도 마찬가지였다. 전쟁이 끝날 무렵 미국은 유럽의 최대 채권국이 되어 있었다. 20세기가 시작된 지 불과 20년 만에 채무국에서 채권국으로의 완전한 역전이 이루어진 것이다. 돈은 총보다 빠르게 국가의 위계를 바꾼다.


■ 미국의 금 비축 정책이 대공황을 불러오다

전쟁 채권을 회수하면서 미국에는 막대한 금이 쌓였다. 1920년대 말 미국은 전 세계 금의 40% 이상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문제가 되었다.

금본위제 하에서 금이 미국으로 몰리면 유럽 각국은 통화량을 줄여야 했다. 통화량이 줄면 경기가 위축된다. 유럽의 구매력이 떨어지자 미국의 수출도 타격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1929년 뉴욕 주식시장이 붕괴하면서 은행들이 연쇄 파산했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통화량을 늘려 경기를 살리는 대신, 금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 결과는 대공황이었다. 돈을 너무 사랑한 나라가 스스로 경제를 무너뜨린 역설이었다.


■ 달러가 기축통화로 자리 잡다

1944년 브레턴우즈 회의에서 미국의 협상력은 절대적이었다. 전 세계 금의 대부분이 미국 금고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의 케인스는 어떤 특정 국가의 통화도 아닌 국제 공통 화폐 '방코르(Bancor)'를 제안했지만, 미국의 화이트 안이 채택되었다.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고, 금 1온스를 35달러로 고정하며, 다른 나라 통화는 달러에 연동하는 체제였다.

이로써 달러는 금과 동등한 지위를 얻었다. 세계 모든 나라가 달러를 보유해야 했고, 국제 거래는 달러로 결제되었다. 미국은 달러를 찍어내는 것만으로 세계에서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는 특권을 가지게 되었다.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이 이를 가리켜 "터무니없는 특권(exorbitant privilege)"이라고 비난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전 세계에 달러를 뿌려댄 미국의 검은 속셈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은 유럽 재건을 위해 마셜 플랜(Marshall Plan)을 시행했다. 총 130억 달러(현재 가치로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원조였다. 표면적으로는 인도주의적 지원이었지만, 그 속에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었다.

달러가 기축통화가 되려면 전 세계에 달러가 충분히 유통되어야 한다. 마셜 플랜은 달러를 유럽에 공급하는 동시에, 유럽이 미국 상품을 살 수 있는 구매력을 만들어주었다. 자선이 곧 투자였고, 원조가 곧 시장 개척이었다.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까지 더해진 이 전략은 미국이 냉전 시대 내내 세계 경제의 심장부 역할을 유지하는 기반이 되었다.

영국이 군함으로 세계를 지배했다면, 미국은 달러로 세계를 지배했다. 총 한 방 쏘지 않고도 세계 경제를 움켜쥔 그 구조는 지금도 작동하고 있다.


참고정보
· 도서: 《돈의 흐름으로 읽는 세계사》 오무라 오지로 지음 / 신정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2018)
· 브레턴우즈 협정: 1944년 7월,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턴우즈에서 44개국 체결
· 마셜 플랜: 1948~1952년, 유럽 16개국에 약 130억 달러 지원
· 대공황: 1929년 뉴욕 주식시장 붕괴로 시작, 1930년대 전 세계 확산
· 닉슨 쇼크: 1971년 닉슨 대통령이 달러-금 교환 정지 선언, 브레턴우즈 체제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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