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자원대국, 소비에트연방-3장


돈의 흐름으로 읽는 세계사

오무라 오지로 · 돈의 흐름으로 읽는 세계사

제3장 · 또 하나의 자원대국, 소비에트연방

Chapter 3 · The Soviet Union: Another Resource Giant


냉전은 흔히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이념 전쟁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돈의 관점에서 보면 냉전의 본질은 달랐다. 그것은 세계 최대의 자원을 가진 두 나라가 벌인 경제 패권 다툼이었다. 미국은 석유와 달러를 무기로 삼았고, 소련은 광활한 영토에서 뽑아낸 천연자원으로 맞섰다. 공산주의 혁명의 이상 뒤에는 언제나 자원과 돈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었다.


■ 공산주의 사상이 선진국에서 유행한 이유

1917년 러시아 혁명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사건이 아니었다. 19세기 내내 유럽의 노동자들은 산업혁명이 만들어낸 거대한 빈부 격차 속에서 신음했다. 하루 16시간 노동, 아동 노동, 열악한 주거 환경 — 자본주의의 화려한 성장 뒤에 가려진 어두운 이면이었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그 분노에 이론적 언어를 부여했다.

흥미로운 점은 공산주의가 가장 열렬한 지지를 받은 곳이 러시아나 중국 같은 농업 사회가 아니라, 영국·프랑스·독일 같은 산업 선진국의 지식인층이었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산업화가 가장 먼저 진행된 곳에서 자본주의의 모순도 가장 먼저 극단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공산주의는 빈곤층의 분노가 아니라, 그 분노를 목격한 지식인의 죄책감에서 더 강하게 타올랐다.


■ 공산주의 확산에 대한 구미의 경계심

러시아 혁명이 성공하자 서방 열강은 즉각 반응했다. 영국, 프랑스, 미국, 일본이 반혁명 세력을 지원하며 내전에 개입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혁명 정권의 폭력성을 비난했지만, 실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공산주의가 자국 노동자들에게 전염되는 것을 막아야 했던 것이다.

자본가들에게 소련의 존재는 살아있는 위협이었다. "너희 노동자도 저렇게 할 수 있다"는 시범 사례가 지구상에 버젓이 존재하는 한, 임금 협상 테이블에서의 위치가 달라졌다. 서방이 소련을 그토록 적대시한 이면에는 이념 갈등보다 훨씬 현실적인 경제적 두려움이 깔려 있었다.


■ 제2차 세계대전을 둘러싼 눈치 싸움

1939년 히틀러의 독일과 스탈린의 소련이 불가침 조약을 맺었을 때, 서방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두 나라는 이념상 적이어야 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소련은 독일이 서쪽(영국·프랑스)과 싸우는 동안 동유럽 세력권을 확보하길 원했고, 독일은 당장 동쪽에서의 위협을 제거하고 싶었다.

영국과 프랑스도 마냥 피해자는 아니었다. 이들은 히틀러가 동쪽으로, 즉 소련을 향해 팽창하기를 은근히 바랐다. 뮌헨 협정(1938)에서 히틀러에게 체코슬로바키아를 넘겨준 것도 그런 계산에서였다.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이 서로를 이용하며 전쟁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려 했던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뒤편에는 이처럼 냉혹한 이해타산이 흐르고 있었다.


■ 냉전 장기화는 소련의 풍부한 자원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소련은 급속히 몰락할 것이라는 서방의 예측이 있었다. 전쟁으로 인한 인명 손실만 2,700만 명에 달했고, 국토는 초토화되었다. 그러나 소련은 무너지지 않았다. 냉전은 반세기 가까이 계속되었다.

그 비결은 자원이었다. 소련의 영토 아래에는 석유, 천연가스, 석탄, 철, 금이 무진장으로 묻혀 있었다. 1970년대 석유 파동으로 유가가 폭등하자 소련의 외화 수입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 돈으로 소련은 군비를 확충하고 위성국가들을 지원했다. 자원이 곧 체제 유지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소련이 붕괴한 1991년은 공교롭게도 유가가 장기 하락세를 보이던 시기와 겹친다. 자원의 나라는 자원 가격과 함께 흥하고 쇠했다.

오늘날 러시아가 에너지를 외교 무기로 삼는 것은 소련 시절부터 이어져 온 관성이다. 이념은 바뀌었지만, 돈의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참고정보
· 도서: 《돈의 흐름으로 읽는 세계사》 오무라 오지로 지음 / 신정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2018)
· 러시아 혁명: 1917년 2월 혁명(제정 붕괴) + 10월 혁명(볼셰비키 집권)
· 독소 불가침 조약(몰로토프-리벤트로프 조약): 1939년 8월 체결, 1941년 독일의 소련 침공으로 파기
· 소련 붕괴: 1991년 12월 고르바초프 사임, 15개 독립국가 분리
· 소련의 제2차 세계대전 사망자: 약 2,700만 명 (전체 참전국 중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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